불교신문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공동으로 템플스테이 운영 10주년을 맞아 올한해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기획으로 ‘템플스테이로 통(通)하다’라는 코너를 마련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급부상한 템플스테이 전반을 살펴보고 활성화 방안을 모색코자 한다.

   
땅끝마을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은 365일 절문을 활짝 열고 미황사가 누구에게나 ‘마음의 고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템플스테이를 운영한다. 외국인 전담실무자 박승주씨는 지난해 250여명의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전통과 수행문화를 선보였다. 사진은 지난 2월22일.
지난 2월22일 1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템플스테이를 운영해온 땅끝마을 미황사(주지 금강스님)를 찾아갔다.

월드컵이 열렸던 2002년 6월부터 2012년 2월 현재까지 무려 3660일동안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템플스테이를 열어온 땅끝마을 미황사. 지난 10여년간 4만명에 달하는 이들이 미황사에 머물다 갔다. 이 중 10%에 해당하는 4000여명은 외국인이다.

서울서 버스로 6시간 달려야 겨우 닿는 땅끝마을 미황사에 이토록 많은 이들의 발걸음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은 “바로 지금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알아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세상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스님은 “수행과 치유”라고 잘라 말했다.

“1980년대 사찰은 그저 형태를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관광지였죠. 1990년대 들어 문화답사 유형으로 지적욕구를 충족시키는 대상에 머물다 2000년엔 너도나도 체험열풍이 불었어요. 하지만 2010년은 수행과 마음치유의 도량으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천년이 넘는 귀한 도량을 체험공간으로만 활용한다면 번거로움만 주지 않을까요?”

금강스님은 1300년이 넘는 천년고찰에서 현대인들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은 무엇인지 고심하다 지난 2005년 경내에 수행센터를 별도로 마련해 수행형템플스테이, ‘참사람의 향기’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한국불교 전통인 참선을 체계적인 방법으로 지도하는 7박8일 집중수행이다.

마음휴식형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사람들의 요청과 10여년 전부터 미황사를 신개념 수행도량으로 일구려고 기획해온 금강스님의 합작품이다.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일상처럼 유지해온 템플스테이가 낳은 결실이기도 하다.

스님은 “템플스테이는 특별한 사람들을 위해 특별하게 준비하는 이벤트가 아닌 일상 자체로 자연스럽게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템플스테이가 어떤 감동을 주었냐고 물으면 저마다 다른 답변이 돌아와요. 누구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가슴을 울렸다고 하고, 어떤 이는 부도전 가는 길이 좋았다고 하고, 또는 달마산 꼭대기에서 환희심을 느꼈다고 합니다. 내가 산꼭대기에 데려다 준 것도 아니고 새소리를 들려준 것도 아니잖아요. 그 때의 햇살과 바람, 나무와 새들, 한 공간에서 함께 어울렸던 사람들이 아름다운 템플스테이를 만들어준 셈이죠. 천혜의 자연이 있고 천년이 넘는 절이 있고 경쟁하지 않고 수행하는 도반이 모여있으니, 사방 곳곳에서 자기 위안을 받는 것입니다.”

스님은 템플스테이 유경험자를 위한 애프터서비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템플스테이를 하고 돌아간 이들이 다시 절에 오면 또다시 손님이 되기 십상입니다. 다시 오면 가족이 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해줘야 합니다. 더 많은 감동과 이익을 주어서 그들에게 사찰이 ‘마음의 고향’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땅끝마을 미황사가 전해주는 평온과 고요가 자칫 불편함을 주면 곤란하다. 누가 언제 와도 가슴으로 안아주고 반겨주는 ‘고향집’이 돼야 한다는 게 스님의 지론이다.

“현대인들에게 이미 고향개념은 사라진지 오랩니다. 특히 외국에 살다 어렵사리 조국에 온 한국인들은 옛 고향의 향수를 그리워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이 오히려 자신들의 마음을 힘겹게 한다고 해요. 결혼했냐 어디서 어떻게 살았냐 등 묻고 따지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혹을 떼려다가 혹을 붙이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미황사는 기꺼이 고향이 되어줍니다. 외국인에게도 마찬가집니다.” 미황사에는 지난해 약 250여명의 외국인들이 다녀갔다.

영어강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이들도 있고, 템플스테이의 명성을 듣고 여행길에 들르는 이들도 많다. 국제회의와 같은 비즈니스차 한국에 왔다 호기심에 템플스테이를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해주고,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기 위해서 미황사는 지난 2009년부터 외국인 전담 지도자를 상근인력으로 두고 있다. 독일서 문학박사 과정을 밟은 유학파 박승주(52, 자재행)씨가 주인공이다.

박 씨는 독일 정토회에서 수행은 물론 다양한 불교활동을 해왔고, 미황사에서 외국인들에게 수행을 지도하기 위해 미국 보스턴 캠브리지수행센터에서 넉달간 연수를 받기도 했다. 그녀는 “외국인들도 이제 사찰을 구경하고 사찰음식을 맛보는 정도의 체험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 추세”라며 “한국사찰의 문화와 실참수행 등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 비해 외국인들은 템플스테이에 오기 위해 철저하게 준비합니다. 관련 서적으로 충분한 ‘예습’을 해오고, 자기 나름의 궁금점도 갖고 와서 이를 해소하려고 노력합니다.” 오랜 수행과 깊은 신심으로 외국인을 지도하는 그녀 덕분에 많은 이들이 미황사와 금강스님을 ‘만끽’하고 돌아간다. 그들에게 한국은 ‘진한 추억’으로 남아 ‘꼭 다시 오고 싶은 나라’고 각인될 것이다.

“스님을 비롯한 템플스테이 실무자는 첫째도 수행, 둘째도 수행으로 ‘무장’하고 있어야 한다”는 금강스님은 “우리 미황사 식구들이 전부 수행자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천혜의 자연과 고찰만으로 템플스테이를 성공시킬 수는 없다.

스님과 박 씨는 “상담자의 역할이 핵심”이라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박 씨는 “사찰을 둘러싼 자연이야 사찰마다 훌륭합니다. 수행과 명상, 휴식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서 마지막 스님을 통해 막혔던 곳이 확 뚫려야 해요. 템플스테이에서 가장 중요한 스님의 역할이죠.” 금강스님에 따르면 우리나라 종교인들이 일반인들에게 상담자의 역할을 하는 정도는 약 0.3%에 불과하다.

스님은 “그 중 상담자의 역할을 하는 스님은 0.03%나 될까 모르겠다”며 “현대인들이 괴롭고 힘든데 스님들은 옆에 없다는 결론”이라고 말했다. “보물과 같은 부처님가르침이 있으면 뭐합니까. 그 가르침을 중생들의 곁에서 근기와 시대에 걸맞게 풀어서 제시하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죠.”

템플스테이에 들어가는 예산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미황사는 지난해 6월부터 CMS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380여명이 한달에 1만원 이상 십시일반 마음을 모은다. 이 기금은 사찰살림과 별도로 오직 수행대중에게 회향된다.

“템플스테이에 자주 오는 이들에게 자칫 참가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수행기금을 따로 마련해서 수행대중들이 지속적인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활용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효과를 발휘합니다.”

미황사는 템플스테이 10돌을 맞아 미황사만의 ‘템플스테이 매뉴얼’을 만들 계획이다. 축적해온 자료를 결집하고 거쳐간 사람들의 향기를 담아서 다른 사찰에도 도움이 될만한 매뉴얼집 발간을 준비중이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금강스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서 외국인 템플스테이 지정사찰 주지 스님을 대상으로 한 ‘영어회화 레벨테스트’를 하기 위한 전화다. 통화를 잠시 뒤로 미룬 금강스님이 말했다. “제일 낮은 단계에서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는 재미가 솔솔하겠죠?” 스님은 외국인 전담인력이 있지만 바쁜 와중에 영어공부까지 하고 있었다.
 

미황사의 주요 템플스테이

        동백꽃맞이템플스테이, 봄꽃맞이 템플스테이, 어린이날템플스테이, 부처님오신날템플스테이

여름    미황사선회(스님) 어린이한문템플스테이

가을    추석템플스테이, 괘불재템플스테이, 달마산트레킹템플스테이

겨울    해넘이해맞이템플스테이, 설날템플스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