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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서 본 미황사

금남로에서 새벽 목탁 치던 금강 스님 산문집-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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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7-05-13 15:59 조회1,0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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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에서 새벽 목탁 치던 금강 스님 산문집

              
                    
절집에서만 볼 수 있는 의식 중 하나가 도량석입니다. 도량석은 사찰에서 새벽예불을 올리기 전에 도량을 청정하게 하기 위하여 행하는 의식입니다. 아직은 삼라만상이 고요한 시간, 예복을 차려입은 스님이 목탁을 치며 도량 구석구석을 돕니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울리는 목탁소리는 참 맑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곤한 잠을 깨우는 자명종소리로 들리고, 누군가에게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가벼운 출발소리로 들리겠지만 절집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비몽사몽간 들려오는 천상의 소리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응당 새벽 절집에서 울려야할 도량석을 광주 금남로에서 돌던 스님이 있었습니다. 새벽 금남로, 아직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금남로, 신음소리처럼 무거운 고요함을 깨는 목탁소리는 억울한 마음을 달래는 위안이 되기도 하고, 이어 받아야 할 정신을 계승코자하는 다짐의 소리로 울렸을 겁니다.

그럴 때면 도로까지 나가 목탁을 두드렸다. 미명에 어슴푸레 보이는 키 큰 빌딩들이 해인사의 숲처럼 느껴지고, 목탁을 두드리면 돌아오는 공명이 좋아서 8개월 남짓 금남로에서 도량석을 했다.

5·18광주민중항쟁 때 피로 얼룩졌던 금남로, 1987년 초 무렵이던 그 즈음은 전두환 정권 말기라 낮에는 최류탄으로 뒤범벅이 되곤 했다. 그 거리에서 새벽마다 도량석을 도는 동안 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나 수행보다 시민들의 외침과 한국사회의 아픔이 먼저 느껴지곤 했다. -<물 흐르고 꽃은 피네> 055쪽-

금강 스님 산문집 <물 흐르고 꽃은 피네>
<물 흐르고 꽃은 피네> / 지은이 금강 / 펴낸곳 불광출판사 / 2017년 4월 24일 / 값 16,000원 ⓒ 불광출판사
<물 흐르고 꽃은 피네>(지은이 금강, 펴낸곳 불광출판사)은 땅 끝, 해남에 있는 미황사 주지로 주석 중인 금강 스님이 출가수행자의 삶의 살며 겪었던 구도의 파란, 절집에 살며 세속인들과 부닥뜨리며 영글어낸 사연들을 엮은 산문집입니다. 

무심한 듯 고요한 절집 풍경이 그려지고, 고요한 듯싶지만 일침을 찌르는 듯 한 지혜가 흐르는 물처럼 읽혀집니다. 정치에 무심하고, 세속의 삶에 눈 돌린 듯싶지만 근본을 외면하지 않고, 인과를 거부하지 않음으로 승속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금강 스님은 수행자라서 무조건 참고, 가만있으라고 한다고 가만히 있을 스님은 아니었나 봅니다. 어찌 보면 반항아 같고, 어찌 보면 부적응 자 같아 티격 거리기도하고 훌쩍 떠나는 모습도 그려지지만 그랬기에 이룰 수 있었던 게 오늘의 자아가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출가한 스님은 고향엘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실제 잘 가지 않습니다. 필자가 아는 스님 중에도 두 번 다시는 고향엘 가지 않겠다는 스님이 계셨습니다. 사연인즉 그랬습니다. 누군가가 돌아가셨다는 부음을 듣고 극락왕생이라도 빌어 드릴 마음으로 상을 당한 고향을 찾았답니다.

조문을 하고, 목청을 가다듬어가며 한껏 독경을 하고 자리에 앉으니 고향 선배들이 삭발한 머리를 툭툭 치며 "너 중 됐다며?"하기도 하고, "네까짓 게 무슨 스님이냐?"며 비아냥대기도 하더랍니다.

동네 어르신들도 스님으로 대해주기 보다는 그냥 고향을 찾아온 아들 친구 정도로만 취급하며 하대를 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했습니다. 절에서야 공경의 대상이었지만 무심코 고향을 찾아갔다 간 멸시에 가까운 무시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고향엘 가지 말라고 했을 겁니다. 

수행자는 고향에 가지 말라, 왜?

중국의 마조도일 스님은 수행자는 고향에 가지 말라고 했습니다. 너 누구네 아들이지, 하면서 옛 이야기하며 낮춰 본다는 게 이유였다, 그런데 마을 어른들은 나에게 다가와 존재하고 허리를 굽혔습니다. '부디 큰 도를 이루어 부처님 되시길 바랍니다.'라고 하면서요. -<물 흐르고 꽃은 피네> 191쪽-

하지만 금강 스님은 상을 당한 고향엘 찾아서조차 고향 어르신들로부터 스님으로서의 대접을 톡톡히 받으셨다고 하니 남다른 기풍을 지녔나 봅니다. 조금은 뚱딴지 소리 같지만 휴가 간 공양주 보살을 기다리는 스님이 아셔야 할 건 공양주 보살에게 절은 직장이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은 흐르고, 꽃은 피어나는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 당연한 게 결코 쉽지 않은 게 오늘날 우리가 맞닥뜨리고 있는 일상입니다. 금강 스님이 독백을 하듯 들려주는 절집이야기에는 흐르는 물이 바위를 만나면 돌아가는가는 지혜가 담겨 있고, 때가 되면 어느새 꽃 피우는 꽃망울의 섭리로 어둑한 아침을 밝히는 도량석 목탁소리로 삶의 지혜로 영글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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