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8-08-09 16:48
무문관
 글쓴이 : 에포케
조회 : 168  
http://happitory.org/happitory_press/68844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에포케 18-08-09 17:02
 
맨발


  어물전 개조개 한 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 문태준, 「맨발」
 
 

Total 1,667
번호 제   목 글쓴이 날짜 조회
1667 겨울비 내리는 미황사 (3) 운영자 12-11 18
1666 미황사 총각 공양주 (1) 운영자 12-10 35
1665 가장 귀한 사람들 (2) 운영자 12-07 55
1664 첫 눈 오시는 날 (2) 운영자 12-07 50
1663 동백꽃이 꽃망울을 터뜨렸어요 (1) 운영자 12-05 68
1662 숫타니파타/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에포케 11-30 70
1661 이뿐 네팔리 에포케 11-28 63
1660 네팔의 부엌/2015 에포케 11-28 76
1659 강가푸르나를 지나 산꼭대기 휴게소/2015 에포케 11-28 55
1658 영상으로 만나는 빠알리 대장경 에포케 11-27 51
1657 호박농사와 마늘농사 박명채 11-26 57
1656 나의 스승, h님에게 박명채 11-22 90
1655 가을비 박명채 11-16 115
1654 에포케 11-13 96
1653 코닥의 교훈 박명채 11-09 92
 1  2  3  4  5  6  7  8  9  10    
68 441 511,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