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12-17 14:34
땅끝에서 해탈의 기쁨을
 글쓴이 : 금강스님
조회 : 3,068  

땅끝마을서 해탈의 기쁨을… (2002.04.11)

“미황사까지는 아직 멀다/ 마음은 저 산너머로만 가 닿는데/ 이제 나아갈 길은 없구나”

어떤 시인이 미황사를 표현한 시 한구절이다.

내가 살고 있는 땅끝까지 찾아오는 심정들은 모두들 남다르다. 서울에서 땅끝까지는 천리길이 넘는다. 먼 길을 준비하고, 잠시라도 일상을 떠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복잡한 일상에서의 떠남, 얽히고 ?힌 번뇌로부터의 탈출이 육지의 최남단 땅끝을 찾아오게 만드는지 모른다. 그런 간절함 때문인지 마당 수곽에 물 한 바가지, 차 한 잔에도 다들 행복해 한다.

미황사에 처음 왔던 십여년 전의 설날 이야기다. 그 시절에는 절을 찾는 사람이라고는 등산객 몇 사람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떡작(대광주리)을 머리에 이고 절에 오는 시골 아낙들 행렬이 섣달 그믐날 밤부터 시작해서 설날 새벽까지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었다.

“아니 집에서 설 차례는 안 모시고 왠일인가요” “여그서 설은 절에서 세는 것이 풍습이라요”

그 떡작 가득히 1년간 농사지은 쌀을 담아 목욕재개하고 엄동설한에 7∼8㎞씩 걸어와서는 법당 가득히 앉아 내 목탁소리만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여러분들은 이미 법당에 오는 순간 불공을 다 한 것입니다. 그 정성스러움이 세상을 지켜줍니다. 저의 목탁과 염불은 그저 시늉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나는 오래도록 무너졌던 돌담을 쌓고, 집터를 고르고, 그들이 쉴 수 있는 건물들을 하나 둘씩 세웠다. 돌 한 덩이 나무 한 그루도 소중하게 다룰 수 밖에 없었다. 모처럼 일상에서 떠난 사람들이 절 계단을 오르는 순간 온갖 번뇌를 다 잊고서 해탈의 기쁨을 맛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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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행 13-04-28 14:19
답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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