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4-12-17 14:09
그것을 꿈이었다
 글쓴이 : 금강스님
조회 : 2,997  

그것은 꿈이었다

땅끝마을에 작은 절 하나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곳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오래도록 돌을 쌓고, 나무를 베고, 집터를 고르고, 의미 있는 건물이 하나 둘 들어앉았
다.
그 속에 사는 사람들은 항상 여유롭고 밝았다. 그 것이 모두들 희망이었다.
올 해 여름은 여름이 아니였다.
애들이 흙 마당에 뛰어 놀고, 글 읽는 소리가 산 속의 새들 노래 소리보다도 아름다운
음악이었다. 영원한 즐거움이었다.
가을을 맞이하는 마음도 모두들 아름다웠다.
창호도 바르고, 법당을 윤이나게 청소도하고, 이불도 열심히 발로 밟고는 담장에 내리는
가을 햇살에 내어 놓고서 그 이불 덮고 편안해할 사람들을 생각해 보기도 했다.
이 땅끝까지 찾아오는 심정들이야 모두들 막다른 길이겠지만 계단을 오르는 순간 맑은
호수같은 잔잔해지는 마음을 만들어 낸다.
땅끝 프리미엄과 아름다운 미황사의 절묘한 만남이 만들어 내는 조화이리라.
오래 전부터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했다.
부처님은 오래된 인도땅에 계급적 차별이 없는 평등한 공동체를 승가라는 이름으로 만들
었다.
나는 꿈을 꾸었다.
이 곳에 그런 공동체를 만들어 보자고,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삶의 의미들을 이 곳에서 찾고, 땅끝 농투산이들의 의지처가 되
고,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편안해하고, 멀리서 미황사라는 절 이름만 생각해도 삶의 활
력소가 되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일구는 그런
미황사공동체가 되기를 말이다.
그런데 한 순간에 그것들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아픈심정이다.
몇 일전 평화롭고 고요한 밤을 자르고 응진당의 예쁜 동자상들을 장갑을 낀 손으로 자
루에 담아 달아나는 문화재 절도범들에게 도둑을 맞았다.
좀 더 깊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응진당 법당에 목탁을 두드리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
다.

2001/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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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순 11-01-07 10:46
답변 삭제  
그때 흘리신 눈물,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
미황사의 모든 것들에 대해 궁금해집니다.
문수행 13-04-24 03:25
답변  
눈물공양을 올리시는 스님!
예븐 동자님들이 돌아오는 길목에 촛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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