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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칼럼

미황사에서 만난 사람 4 - 종일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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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02-28 15:45 조회1,575회 댓글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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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에서 만난 사람 4 – 종일 스님

 등산복을 입은 한 사내가 양양한 걸음으로 산문에 들어섰다.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스님은 사내의 두 손을 덥석 잡았다.
 “아이고, 종일스님.”
스님이라는 말에 화들짝 놀라 사내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환하게 웃는 얼굴에 그늘이 없었다.
 2005년 종일 스님과 첫 대면은 그렇게 생뚱맞았다. 나중에 들으니 스님은 산문 밖에서는 승복 대신 일상복을 입을 때가 많다고 했다. 주변의 무거운 시선이 부담스러워 그런다고 했다.

 오늘은 종일 스님 9번째 기일이다. 미황사 주지 스님과 도반인 인연으로 매년 절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다. 기억하고 찾아오는 이 없어 미황사 식구들과 조촐하게 제사를 지냈다.

 스님은 수행자로 산 세월을 오롯이 제방 선원에서 수좌로 살았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곁눈질 하는 일도 없이 올곧게 살아온 그를 사람들은 ‘은둔의 수행자’라 부르곤 했다. 동안거 하안거 기간이 끝나 자유로운 해제철이 되면 미황사에 짐을 부려 머물곤 했다. 출가 도반인 금강스님의 살뜰한 마음씀이 그를 미황사로 이끌었으리라.

 많은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스님은 존재 자체로 빛이 나고 위안이 되는 분이었다. 미황사에 머무는 내내 절에 있는 화장실 4곳 청소를 도맡아 했다. 포행을 갈 때면 늘 봉투를 들고 가 절 주변 쓰레기들을 주워오곤 했다. 그러나 처음에는 절 식구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내색하지 않고 남모르게 행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스님은 2007년 뼈암으로 왼쪽 팔을 잘라내야 했다. 한 해도 거르지 않았던 선방 수행 대신 스님은 무문관에 은거하며 수행을 이어갔다. 대중과 발우 공양을 할 수 없고 불편한 몸이 혹여 다른 수행자에게 누가 될까 하여 선택한 일이었다. 스님은 이후로 또다른 암이 발병하여 병고와 싸워야 했다.

 “스님, 법문 한 번 듣고 싶어요. 절 식구들과 절에 템플스테이 하고 있는 분들을 위해 법문 한 번 해주세요.”
삶 자체가 고결했기에 법문을 듣고 싶어 부탁한 일이 있었다.
 “그런 말 마세요. 저는 누구를 위해 법문할 정도로 공부가 익지 못했어요.”
스님은 손사래를 치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래서 다시 제안을 드렸다.
 “건강에 대해 아시는 게 많으니 그 얘기를 해주실 수는 있지요?”
스님은 흔쾌히 응해주셨고 열정적으로 강의를 해주셨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 가짐에 대해 이야기 해주셨다. 특히 우유를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에 대해 길게 이야기해주셨던 게 기억에 남는다. 스님은 나중에 교육의 좋은 교본이라며 ‘부모교육’ 책까지 선물해주셨다. 

 “저녁예불 끝나고 김태정 시인 언니랑 완도 명사십리 해변에 밤바다 달구경 가곤 했어요. 그러면 스님은 읊조리듯 찔레꽃 노래를 불러주셨지요.”
미황사 찻집 우화보살은 스님을 참 따뜻한 분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스님이 아프시다는 이야기를 듣고, 먼 길 떠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아무 것도 해드리지 못한 부채감에 오늘 제사에 동참했다. 그렇게라도 죄스러운 마음 덜어내고 싶었다.

미황사에서 만났던 사람.
진짜 수행자, 종일스님. 그립다

댓글목록

에포케님의 댓글

에포케

본 적도 없고
들은 적도 없는
종일 스님

어느 날 종일토록 생각해봤어요...

조용한 수행자의 여정...

나도 그 길을 가고 싶다고.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종일토록 종일 스님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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