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2020년3월21일 '도솔천 그리며 오르다 땅끝 아름다움에 멈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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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0-03-23 10:22 조회2,841회 댓글0건본문
도솔천 그리며 오르다 땅끝 아름다움에 멈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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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미황사·도솔암

"어디 한적한 곳이라도 떠나볼까?”
햇살이 점점 따사로워지기 시작한다. 어디로라도 발걸음을 옮기고 싶어진다. 그렇다. 봄이 오고 있다. 땅끝마을로 유명한 전남 해남군은 호젓하게 걷기 좋은 곳이 많다. 남쪽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달마산에 자리 잡은 도솔암, 달마산 기암괴석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미황사도 그런 곳이다.
하늘 위에 떠 있는 듯한 도솔암

달마산(해발 489m)이 남쪽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이유는 12km의 능선을 따라 기암괴석과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기 때문이다. 도솔암은 달마산 아래에 있는 미황사에서 능선을 따라 2시간 남짓 걸으면 닿을 수 있다. 산행이 부담된다면 자동차로 갈 수 있다. 능선 부근까지 이동한 뒤 주차장에서 800m만 걸으면 된다. 길은 평탄한 편이다. 호사스러운 산책이다. 달마산의 빼어난 절경을 한껏 즐길 수 있다. 발을 디딜 때마다 달마산의 기암괴석 사이로 푸른 서해 바다와 녹색의 논과 밭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풍경에 취해 있을 즈음 두 개의 커다란 바위 틈 사이로 암자 하나가 빼꼼히 얼굴을 내민다.

도솔암의 위치는 참 절묘하다. 그 위치에 있으면 완벽하겠다는 상상을 100% 현실로 만족시켜 준다. 두 개의 바위가 커다란 손처럼 암자를 떠받치고 있는 모양새다. 여기에 바다 쪽, 암자 정면으로 수많은 작은 돌이 쌓인 축대가 있다. 돌계단을 오르다 보면 천상으로 올라가는 길인가 하는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계단 끝에 올라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달마산의 기암괴석과 서해 바다가 풍경화처럼 걸려 있다.
사실 10명이 서면 가득 찰 만큼 자그마한 앞마당과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도솔암의 전부다. 하지만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환상적인 분위기에 계속 머물고만 싶어진다. 구름이라도 끼인 날이면 도솔암은 마치 구름 속에 떠 있는 듯 보인다.
도솔암의 역사는 10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신라시대 승려인 의조 화상이 미황사 창건 전 수행하던 암자가 도솔암이었다. 수행에 정진하면서 낙조를 즐겼다고 한다. 실제로 도솔암에서 보는 낙조는 해남에서도 으뜸으로 친다. 붉게 서쪽 하늘이 물들 때 도솔암과 그 주변은 황금빛으로 물든다.

지금의 도솔암은 최근 재건된 것이다. 정유재란(1597∼1598) 때 명량해전에서 패한 왜구들이 달마산으로 도망치다 도솔암을 불태웠다. 이후 400년 가까이 주춧돌과 기왓장만 남은 채 방치됐다. 많은 사람들이 도솔암을 복원하려 했지만 험한 지형 때문에 포기했다. 2002년 오대산 월정사의 법조 스님이 사흘 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도솔암의 꿈을 꿨다고 한다. 이후 도솔암을 찾아 32일 만에 단청까지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1800장의 기와를 밑에서부터 옮겨온 끝에 이룬 결실이었다.
MAKE THE CALL
수수함 속에 화려함 감춘 미황사

30년 전까지만 해도 미황사는 쇠락한 사찰이었다.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1989년 여러 스님들이 와 전각을 복원하고 증축하면서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추게 됐다.

단청은 없지만 대신 민낯 그대로 드러난 기둥의 나뭇결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약 400년 세월 동안 나뭇결이 빚어낸 추상화 같은 선들의 미학은 대웅보전의 특색이다. 그 결을 손으로 만져봤을 때 손끝을 부드럽게 잡아주는 느낌마저 든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기둥 아래의 주춧돌이다. 보통 사찰의 주춧돌에는 연꽃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미황사 대웅보전 주춧돌에는 거북, 게 등 바다 생물이 새겨져 있다. 이는 서역에서 경전과 불상을 가득 싣고 온 배에서 미황사가 시작된 것과 관련이 있다. 배를 상징하는 대웅보전 주춧돌에 바다 생물을 새겼다는 것이다. 대웅보전은 올해 해체·보수 작업이 예정돼 있다. 3, 4년이 걸리는 만큼 대웅보전의 아름다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려면 발걸음을 서두르는 것이 좋다.
대웅보전을 뒤로하고 앞마당 쪽을 바라보면 서해 바다가 눈에 담긴다. 뒤로는 달마산, 앞으로는 바다, 어찌 보면 미황사가 이곳에 세워지게 된 것은 당연했던 것처럼 느껴진다. 미황사를 충분히 봤다면 부도전으로 발걸음을 향해도 좋다. 약 700m의 울창한 나무 사이로 난 산책길은 한적하면서도 평화로운 기운을 받기에 충분하다.


서해 바다를 옆에 끼고 한적함을 느끼고 싶다면 송지면 송호리에 있는 증도와 땅끝 기념탑까지 가는 산책로도 좋다. 썰물 때 송호리 해변에서 증도까지 가는 길이 열린다. 땅끝 기념탑은 노을이 질 때 길게 바다에 비친 석양과 어울려 인상적이다.


글·사진 해남=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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